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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9. 2023

파스쿠찌 매장에서의 글쓰기

오늘도 집 앞에 있는 파스쿠찌 커피 매장에 나왔습니다. 몇 번 오다 보니 이제 이곳이 어떤 식의 매장인지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버짓이 1층과 2층 모두에 매장이 있는데, 왜 1층은 올 때마다 사람이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오늘 문득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1층은 주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1층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주문만 이루어지는 공간은 아닙니다. 꽤 넉넉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고, 20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웬만해서는 그 어느 누구든 죄다 2층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뭐, 사실 저만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만큼 관찰할 대상은 사라져서 아쉽긴 합니다만, 매장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보이고, 간간이 들어오는 손님만 해도 저에게는 충분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어제인가 그런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글 쓰는 장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 어떤 곳에서든 원할 때마다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막상 말해놓고도 제가 가장 글쓰기를 꺼려하는 장소가 한 군데 있습니다. 바로 집입니다. 그것도 휴일에 아무도 없는 집입니다. 혼자 있으니 외롭다거나 적적해서 글쓰기를 꺼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휴일인 데다 오후가 되면 혼자 있을 때 자꾸 늘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전 휴일 오후가 되면, 게다가 본의 아니게 저 혼자 집에 있게 되면, 무조건 집에서 탈출부터 하고 봅니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합니다만, 마냥 잠으로만 때우기엔 휴일의 이 고즈넉한 오후가 너무 아까우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가 꽤 목적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무엇을 하든지 목적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 명확한 목적이 없으면 그 어떤 일을 하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니까요. 그러면 지금 저처럼 목적 없는 글쓰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요? 그냥 지금까지 쓴 글에 편 수만 '+1'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일일까요?


소재는커녕 주제도 없고 이런 말 저런 소리 두서없이 늘어놓는 이런 글을 쓰면서도 저는 '목적 없는 글쓰기'가 반드시 무익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의 이 글은 언젠가 미래에 제가 갖추게 될 보다 더 나은 한 편의 글을 위한 작은 벽돌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덜컥 멋지거나 훌륭한 글이 나올 리가 없듯,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을 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의 글쓰기 원칙 중의 하나이니까요. 소재나 주제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떠오르는 대로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아마도 제가 커피 전문 매장을 종종 찾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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