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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30. 2023

글쓰기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

'글쓰기'라는 말을 쓸 때 '기'는 명사형 어미(접미사)입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 '-기'에 대해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기: 일부 동사의 어간에 붙어, 그렇게 하는 일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일하기, 놀기, 공부하기 등 같은 논리에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용례들입니다. 난데없이 왜 '명사형 어미'를 언급하고 있냐고 하시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 '글을 쓰다' 혹은 '글을 쓴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무슨 말장난도 아니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 나름의 이상한 논리를 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이 됩니다.


'글쓰기'와 '글을 쓰다'는 엄연히 달리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글쓰기'는 앞에서 말했듯 이미 명사화되어버린 말입니다. 그 말은 곧 글을 쓰는 과정보다는 아무래도 그 결과물에 더 치중하는 느낌이 듭니다. 즉 진행형이기보다는 완료형에 가깝다는 것이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당신, 취미가 뭡니까?"
"네, 글쓰기입니다."


물론 대답한 사람은 평소 시간이 날 때면 글 쓰는 활동을 즐긴다는 뜻이겠습니다만, 그간의 글 쓴 결과물이 어느 정도는 축적되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답변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반해, '글을 쓰다'라는 말은 결과물 못지않게 글 쓰는 전 과정을 포함한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즉 현재형인 '글을 쓴다' 혹은 '글을 쓰고 있다'라는 말은 완결된 한 편의 글로 나아가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명백히 우리는 완결된 형태로서의 '글쓰기'가 아닌 진행형으로서의 '글을 쓴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 취미가 뭡니까?"
"네, 전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씁니다."


막상 써 놓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해괴한 논리 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글을 쓰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생각에서 더듬어 보았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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