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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2. 2023

글을 쓰다 안갯속에 갇히면

지역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지금 제가 있는 지역은 안개가 꽤 짙게 깔려 있습니다. 처음엔 멀리 보이는 산의 실루엣도 보이지 않았고, 전조등만 없다면 몇 미터 앞에 다가오는 자동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하루 종일 안개가 깔려 있는 날은 없습니다. 아무리 짙은 안개가 우리를 에워싸도 언젠가는 걷히기 마련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이렇게 종종 안갯속에 갇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대체로는 희미하게라도 앞이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할 때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첫 번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글이 영 풀리지 않을 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으나, 스타일에 따라선 그렇게 했을 때 자기가 원하는 글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어차피 안개가 다 걷힐 때까지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습니다. 게다가 안갯속에 있으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습기로 인해 옷이 젖듯, 글을 쓰다 멈춰도 우린 그 글의 언저리에서 배회하게 될 테니 크게 염려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싶습니다.


다음은, 그냥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방행 그대로를 따라가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분명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 의도한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는 거의 차단되고 말았다고 해도, 자신의 그 방향 감각을 믿고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이때에는 글의 작품섬보다는 완성도에 더 비중을 둬야 할 건 같습니다.


최명희 선생은, 이 세상에 일필휘지는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글을 일필휘지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또 그런 속도로 다작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마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냥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처럼 묵묵히 글을 써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설령 아무리 짙은 안갯속에 갇혔다고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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