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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31. 2023

댓글과 답글 1

백오십 번째 글: 기본 중의 기본 예의.

이 매거진의 바로 앞의 글에서 희수공원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댓글과 답글도 하나의 글이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사실 길이로 보면 댓글이나 답글을 한 편의 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몇십 줄로 적어야 하는 글에 비해 댓글은 혹은 답글은 한 줄만 써도 가능하고, 심지어는 이모티콘 하나만 올려도 의미가 통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댓글과 답글을 달 때 우리는 의외로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나마 답글은 나은 편입니다. 왜냐하면 꼭 그런 건 아니라고 해도 댓글이 제 글을 읽은 어떤 분이 제게 질문한 거라 생각하고 이에 답장한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댓글입니다. 댓글은 아예 아무것도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댓글을 달려면 상대방의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걸 제가 왜 단점이라고 표현하느냐 하면 온라인상에서 글을 쓰거나 읽을 때 타인의 글을 꼼꼼하게 읽는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댓글과 답글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댓글과 답글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에 속합니다. 혼자 일기장에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이렇게 온라인상에 자신의 글을 올리는 이상, 댓글과 답글이라는 상호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댓글을 달면 그에 대한 답글을 달아야 하고, 조만간 제 글에 댓글을 단 분의 방에 가서 (꼭 1:1 교환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그분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간혹 그런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를 구독하는 분은 수 백 혹은 수 천 명인데 정작 본인은 한 명도 구독하지 않거나 10%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을 구독하는 분을 말입니다. 이런 말 외람되나, 그런 분은 이런 공간에 글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아니 쓰면 안 됩니다. 그런 분은 그냥 책으로만 독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그런 분이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뒤집어서 표현하자면, 제 글을 읽거나 혹은 제 글을 구독하는 분들은 시간이 남아돌아 그러고 계신 걸까요? 아닙니다. 다 바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런 공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상호작용에 충실히 응하고 계시는 중인 것입니다.


타인을 구독하고 안 하고는 사실 개인의 자유이나, 가끔 이런 분들을 볼 때면 저는 '라이킷'은커녕 그 글이 아무리 잘 쓴 글이라 해도 절대 읽지 않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분은 글조차 쓰면 안 되는 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분인데, 그런 인성으로 쓴 글에서 제가 무슨 배울 점이 있겠습니까?


또 더러 이런 분을 볼 때도 있습니다. 댓글은 잔뜩 달리는데, 답글이 없습니다. 네, 일견 이해되는 측면이 없진 않습니다. 뭐. 그럴 일은 없지만, 제가 쓴 어떤 글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고 가정했을 때, 그걸 일일이 다 읽고 답글을 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답글을 달아야 합니다. 본인의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조차 안 다는 사람이 상대방의 방에 가서 과연 댓글을 달까요? 아니 글을 읽기라도 할까요,


자신이 쓴 글에는 사실상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글 속에서 욕설도 내뱉을 수 있고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댓글이나 답글에선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댓글과 답글은 온라인상에서 가장 정제된 예의범절이 요구되는 시스템입니다.


종종 한 편의 글을 두고, 그 글을 쓴 사람의 얼굴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면 이런 표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댓글과 답글은 그냥 그 사람 자체이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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