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세상이 변했다고 해야 하나요? 제 기억이 맞다면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어제 하루, 즉 10월 31일 가수 이용 씨의 노래를 듣지 않고 보낸 게 말입니다. 무려 40여 년을 무슨 연례행사를 치르다시피 했었는데, 마치 거짓말처럼 조용히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순 없다며, 술이나 한 잔 마시자고 친구가 전화하긴 했지만…….
작년에도 이 분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변한 모양입니다. 이제 그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거나 그게 소재가 되어 화제에 오른다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어젠 그랬습니다. 유튜브에서 굳이 찾아서 듣지 않는다면 가수 이용 씨의 '잊혀진 계절'을 들을 일도 없었습니다. 어딜 가나 10월 마지막 주부터 11월 초순까지 어김없이 들려오던 그 노래가 그 어디에서도 흘러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의 제겐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현상도 하나의 문화라고 한다면 사람과 시대가 공유해 온 문화가 바뀌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즉 트렌드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굳이 고작 이런 걸로 시대의 유행이니 어떠니 따위의 얘기까진 하고 싶지 않으나, 이미 퇴물이 되고 만 것에 집착한다면 그게 바로 제 자신이 낡은 세대라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으나, 굳이 저 스스로 한물갔다는 걸 내비칠 필요는 없겠습니다.
어쨌건 간에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기분이라는 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데가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아니면 저만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막상 온 나라가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는 그게 그렇게 보기 싫었는데, 정작 조용하게 흘러가고 나니 이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고나 할까요? 마치 아직 10월 31일이 오지 않은 것 같은느낌마저 듭니다.
그 술 먹자고 전화했던 녀석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한창때 그 녀석은 10월 31일만 되면 하루 온종일을 그 노래에 취해 보냈습니다.
"그래도 이 노래는 들어줘야 오늘 하루를 보낸 느낌이 난단 말이야."
결과적으로 보자면 녀석은 감성이 충만했다는 뜻이 됩니다. 오히려 제가 너무 메말라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제는 추억의 뒤꼍으로 사라져 버린 그 노래를 다시 소환해야 할까요? 혼자 기차 차창에 기대어 낡아 버린 노래를 꺼내어 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