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갑자기 싫어졌던 이유를 찾았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행동이 잔잔한 저의 마음에 돌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19년 전엔가 동학년 담임교사로 같이 근무했었고 그 학교에서도 3년을 같이 있었던 분이었습니다. 물론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는 곳도 위치가 비슷해 2년 반이나 같이 카풀까지 했으니 친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분입니다.
오늘 오후에 인근 학교에서 연구학교 종결보고회가 있어서 그곳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제가 순간 미쳤나 봅니다. 왜 굳이 거길 가고 싶었을까요? 거기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실은 이 지역에 와서 그분을 출장지에서 두 번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그분의 평소 성향이었다면 차 마시자, 밥 먹자, 우리 도대체 몇 년 만이냐, 하며 반가워하고도 남을 법한데, 어째 분위기가 싸하더군요. 어찌나 이상하던지 저 또한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저런 안부를 건넬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사람이 변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긴 합니다.
나중에 다른 분을 만난 자리에서 그분 얘기가 나왔습니다.
"선생님! 혹시 최근에 *** 선생님 본 적 있으세요?"
"네. 사석에서 본 적은 없고, 출장지에서 두 번 봤던 게 다예요."
"참, 두 분은 친분이 있잖아요? 그래, 반갑게 인사하던가요?"
"아뇨. 많이 바쁜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뉬어요."
"그 선생님 사람이 좀 변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못 들었어요. 그 선생님 이번에 교감 지명받았어요."
전 순간, '아, 어쩐지'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분의 행동에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교사에서 교감 지명 연수를 받고 나면, 사람이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어찌 보면 이런 말 자체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 하고 싶진 않지만, 주변에서 승진한 사람들을 보면 열 명 중 일고여덟은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난 너네와 급이 달라'라는 의미인 셈이고, 그건 마치 성공적으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연습생 시절에 대한 기억을 잊고 싶어 하는 마음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정말 안 그러길 바랐지만, 오늘도 그분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를 보더군요.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