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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4. 2023

사라진 섬, 아틀란티스

042: 플라톤의 『크리티아스』를 읽고…… 

본 대화편은 고대에 지진으로 대서양 해저에 가라앉았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환상의 섬,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곳이 실제로 있었던 섬이었다느니, 혹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설로 전해져 오는 것이라느니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금의 대서양을 Atlantic Ocean이라고 일컫는 점만 보더라도 그저 전설에 그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인 듯 보입니다.     


이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는 본 대화편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한 사람인 크리티아스에게서 시작됩니다. 9000년 전 아틀란티스의 침략을 물리쳤던 아테네의 위대한 행적을 소개하기 위해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너무 부풀려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봤을 때 고작 많이 거슬러 올라가 봤자, 기원전 8세기 중엽 정도에서 시작된 그리스 역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9000년이라는 역사는 믿음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아틀란티스는 신들이 모든 대지를 각자의 몫으로 나눌 당시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할당된 땅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그곳에 살고 있던 한 부부(에우에노, 레우킵페)의 딸인 클레이토와 포세이돈 사이에서 난 다섯 쌍둥이들이 통치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포세이돈은 아내인 클레이토와 자식들(그중 가장 맏이인 아들의 이름이 바로 아틀라스입니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평야 중 가장 아름답고 기름진 곳을 택해 그의 거처와 영지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물론 바로 그곳이 아틀란티스 제국입니다.     

그 아틀란티스 제국의 구조나 정치 체제 및 생활상 등이 본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참으로 아쉬운 것은 본 대화편이 완결된 형태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아틀란티스인들은 아테네 인들과 같이 덕성 있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포세이돈으로부터 받은 그 신적인 부분이 점차 없어져 감에 따라 그들은 점점 타락해 갔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그들의 파렴치함, 권력과 제물에 대한 야망과 탐욕을 보고서 장래를 위해 벌을 내리기로 결심하고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자신의 궁전에 신들은 소집한다. 여기서『크리티아스』는 중단된다. ☞ 본 책, 32쪽, 작품 해설 중에서     


이 부분은 책의 본문을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신들의 신이자 법으로 다스리는 제우스는 이와 같은 것을 내려다볼 줄 아는 능력이 있었으므로 이 뛰어난 종족이 비참한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고 그들이 자제력을 배워 한층 더 바른 사람들로 태어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고, 실로 전체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여 생성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굽어볼 수 있는 신들의 가장 존귀한 거처로 모든 신들을 불러들여, 그들이 다 모이자 이르기를……. ☞ 본 책, 66쪽     


뭔가가 특별한 응징이 있게 될 거라는 짐작은 쉽게 되지만, 구체적으로 신들이 무엇을 의논했는지, 그리고 제우스가 그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보니, 막상 다 읽고 나서 드는 허탈감을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지경입니다. 노아의 홍수나 데우칼리온의 홍수 같은 대참사가 분명 이루어질 게 틀림없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이 점만 제외하고는 그것이 전설이든 이집트 신전에 기록된 엄연한 사실이든 간에 사라져 버린 아틀란티스 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화편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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