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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5. 2023

말과 사물의 심오한 형이상학

043: 플라톤의 『에우튀데모스』를 읽고……

본 대화편인『에우튀데모스』는 플라톤의 26편의 대화편들 중 중기에 저술된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여러 학자들마다 시기상 저술된 작품들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고들 하지만,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로 구분되는 나름의 근거는 생각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나뉜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거의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소개하다시피 한 것들은 초기작,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플라톤의 생각이 적절히 가미된 것은 중기작,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그저 뒷배경으로만 깔아 놓고 플라톤의 독창적인 사상들이 강조된 것들은 후기작이라고 합니다. 물론 초기에서 중기, 그리고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갈수록 각 대화편의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물론 이 난이도는 철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이 읽어도 단번에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찌 되었거나 『에우튀데모스』는 등장인물의 특성과 대화 내용이 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향연』과 함께 가장 구성력이 뛰어난 대화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구성력이 뛰어나다고 함은 바로, 소피스테스와 소크라테스의 차이점을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물론 소피스테스들이 제기해 놓은 도전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소크라테스 철학의 연장선상에서 심도 있게 다루기 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좀 더 쉽게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장성한 아테네 젊은이들을 위한 고등교육의 자리에 왜 철학이 와야 하며 진정한 정치가는 어떤 앎을 가져야 하는가까지 다루는 한편 교육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소피스테스, 철학자, 그리고 이소크라테스로 대변되는 정치 논설가들의 관계까지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스승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품고 있던 플라톤으로서는,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신성을 모독했다는 공식적인 죄목 못지않게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세인들의 소크라테스에 대한 평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합니다. 돈만 받지 않았다 뿐이지 언제 어디에서든 사람들을 물고 늘어지고 대화를 시도하고 뭔가를 가르치려 들었다는 점은 분명 세인들에게 소크라테스 역시 그 당시 팽배했던 소피스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등장인물들 중 에우튀데모스와 디오뉘소도로스는 형제 소피스트들입니다. 비록 늦게 배움의 길로 접어들었긴 하지만 얼마나 열성적이었던지 꽤 이름을 날리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쳇말로 엎어뜨리고 메치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여간하지가 않습니다. 그중 일례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클레이니아스는 배우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운다고 에우튀데모스에게 대답했네. 에우튀데모스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에게 물었네. "어때? 자네는 글자들을 알지 않나?" "예." ……(중략)…… "자네가 전부 안다면, 그(누군가)는 자네가 아는 것들 중의 어떤 것을 음송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가 동의했네. "어때? 누군가가 음송하는 것들을 배우는 사람은 자네가 아니고 글자들을 모르는 사람들인가?" 그분이 말했네. "아닙니다. 제가 배웁니다." 그가 말했네. "그러면 자네가 모든 글자를 알고 있는 한 자네는 자네가 아는 것들을 배우는군." 그분이 말했네. 그가 동의했네. "그러고 보니 자네는 대답을 잘한 것이 못 되는군." 그분이 말했네. ……(중략)…… "안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앎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가 동의했네. "그러면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앎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겠고?" 그분에게 그가 동의했네. "그러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인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러면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속한다고 자네가 동의한 셈이 아닌가?" 그가 끄덕였네. "그러면 배우는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속하고,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속하지 않겠지?" 그가 인정했네. "클레이니아스, 그러니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배우는 것일세." 그분이 말했네. ☞ 본 책, 41~42쪽     


위와 같은 식으로 형제 소피스트는 주요 대화 상대자인 클레이니아스와 크테쉽포스를 마구 뒤흔들어 댑니다. 물론 소크라테스도 대화 상대자이긴 하지만, 지혜가 뛰어난 분이라고 형제 소피스트들을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는 걸 보면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은근히 비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기술, 특히 그중에서도 연설술에 대한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시각의 차이, 그리고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 개념이랄 수 있는 덕(아레테)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금세 행간의 의미를 놓칠 우려도 큰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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