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히 딴지를 걸자면 이 말은 명백히 틀린 말입니다. '커 보인다'가 아니라 실제로 남의 떡은 제가 가진 떡보다 크기 마련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사람이고, 어쩌면 우리 민족입니다. 친한 누군가가 잘 되면 기쁜 마음도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꺼이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배 아픔'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왜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할까?', 혹은 '나는 그 어떤 누군가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얼마만큼 모자라기에 왜 아직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이곳에서 500편이 넘는 글을 써왔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오늘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248편의 글을 썼고요. 물론 저라고 욕심이 없겠습니까마는, 저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크게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더군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일 역시 욕심을 낸다고 해서 그 욕심이 금방 충족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전 늘 저에게 다짐합니다. 누군가에게 출간 의뢰가 왔다고 하면 쿨하게 박수 쳐주고 함께 기뻐하자, 그런 의뢰를 받기까지 그 혹은 그녀가 노력해 왔을 그 길을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해 주자,라고 말입니다.
가끔 저는 이렇게 글을 쓰면서 과연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거의 해마다 준비했었던 신춘문예를 올해에는 준비하지 않으려 합니다. 따지고 보면 빠른 등기 배달료만 지불할 뿐 아무런 유익이 없는 제게 신춘문예 응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글을 쓰는 지금과 같은 플랫폼이 저에게 없었을 때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글을 쓴다는 의미를 부여해야 했지만, 이젠 이렇게 훌륭한 플랫폼에 제 글을 하나하나 쌓아나가고 있으니 굳이 어설픈 원고를 보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신춘문예나 각종 문학상 공모전은 이미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계속 글감이 떠오를 때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출간 제의에 대해서도 저는 같은 마음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출간 제의가 들어오건 들어오지 않건 간에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습니다. 일전에 저희 아들놈이 저에게 말했던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뭔가를 의식하면 사람이라면 힘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이웃 작가님들 중에서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이곳에 들러주셔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에게 매일 제가 쓴 글 중에서 한 편씩을 카카오톡으로 보내 드립니다. 그분은 그때마다 제 글을 읽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게 보내 주십니다. 따지고 보면 글을 쓴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글들이 제가 쓴 글보다 훨씬 더 잘 쓴 글일 텐데도 그분은 제 글을 꼼꼼히 읽어주시고, 때로는 다음 편을 재촉하기까지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만한 성취를 이루었으면 별다른 욕심을 낼 이유도 없지 않겠나 싶습니다.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이 되면 오디션 등에 나가서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고 싶기도 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동네 노래방 등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고 즐거워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요? 전 그냥 그렇게 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단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읽거나 기다리시는 분이 있다면 저는 나름으로는 성공한 작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