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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7. 2023

찰나의 순간

백 예순세 번째 글: 글쓰기도 이래야 할 것 같다.

왜관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밖은 차가웠지만 기차 시각을 30분 넘게 남겨놓은 상태에서 잠시 바깥바람이 쐬고 싶었습니다. 역 앞 광장을 거닐고 있던 중 문제의 사진 속 장면이 제 눈에 포착되었습니다. 사실은 그전에 두 번쯤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가 먼저 나무에 튀어 올랐고, 그걸 본 고양이가 뛰어올랐습니다.

익히 말만 들었지, 전 저렇게 고양이가 수직으로 나무에 매달린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시면 셔터를 누르던 순간 저 날렵한 고양이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처럼 보입니다. 녀석은 마치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이, 뭘 봐? 꺼져!"


찰나의 순간, 이란 말을 아마 이럴 때 쓰면 적당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를 찰나,라고 한답니다. 그렇다면 찰나의 순간이라 함은,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을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저 고양이는 자신이 노리던 목표물을 낚아채거나 혹은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냥의 성패 이전에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겠습니다.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힘이 있어야 그 뒤가 있는 것입니다.


저 날쌘 고양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쓰기도 어쩌면 뭔가를 노리기 위해 잘 갈고 다듬은 발톱으로 나무를 붙들고 있는 저 고양이의 마음과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과연 저는 저 고양이처럼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써 왔던 것일까요?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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