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백 예순여섯 번째 글: 송광사엔 언제 가 보나?
내일 드디어 혼자만의 두 번째 여행을 갑니다. 지난 여름 부산에 갔다 온 것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지는 청도 운문사입니다. 일단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까마득합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결혼 후 22년 동안 신혼여행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둘만의 여행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인생이 때로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은 어딜 갈 때마다 와이프가 같이 가자고 해서 귀찮아 죽겠다고 합니다. 저로 봐선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그런 게 인생이듯 그 쉬운 게 각자에게는 불가능한 명역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통도사 여행 때도 친구 녀석이 저와 같이 가 볼까 마음을 먹고 얘길 꺼냈더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서더랍니다. 무슨 부부동반도 아니고 그 두 사람은 행선지를 바꾸게 된 것입니다.
저는 아내의 MBTI가 뭔지 모릅니다. INFP인 저와는 달리 확실한 건 아내는 머시기 머시기 T라는 겁니다. 두 아이가 이제 21살, 18살이니 어엿이 둘만 여행을 다닐 만하지만, 아내는 죽을 때까지 그럴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더 늙으면 난 아줌마들과 여행 다닐 테니 당신은 도서관이나 다니고 그래."
도서관 간다고 집을 나서면 싫은 티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아내이다 보니 그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대략 십여 년 전부터 알아서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더군요. 그래서 저도 올해부터는 모든 걸 포기하고 혼자서 다니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제 마음의 희망 여행지는 순천 송광사입니다. 검색해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면 무려 4시간 반이나 걸리더군요. 왕복 9시간의 거리, 아무래도 당일로 갔다 오기엔 무리입니다. 나중에 방학이 되면 꼭 한 번 가보겠다며 일단은 뒤로 미룹니다. 네, 맞습니다. 청도 운문사는 꿩 대신 닭인 셈입니다.
전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은 없습니다. 아내도 저와 같이 해외여행을 갈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일본 후쿠오카(제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의 소설가 한 분의 고향이자 그분의 기념관이 있는 곳입니다)는 꼭 가 보고 싶지만, 아내와 계속 사는 한은 못 갈 확률이 99.9%입니다.
아무튼 내일도 멋지고 알찬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어떨지 제일 걱정입니다. 뭐, 추운 건 아무리 추워도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비가 올까 싶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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