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플라톤의 『파이돈』 을 읽고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그의 벗들과 나눈 마지막 철학적 대화와 그의 죽음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저작으로, 플라톤의 철학적 걸작이자 고대 그리스 산문문학의 정점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한동안 지체되어 왔던 소크라테스의 사형 집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소식이 벗들에게 전해지고, 그와의 마지막 시간이 될 것임을 예감하며 속속 모여든 사람들과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이 대화편은 시작됩니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영혼불멸을 주장면서 네 개의 논증들을 펼쳤고, 대화 상대자들인 심미아스와 케베스-이 두 사람은 앞서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섰을 때 벌금형을 유도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돈을 크리톤과 함께 지참하고 있던 사람들이었음-의 반론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혼은 끊임없는 삶들의 연속이라는 것, ‘배움이라는 것은 결국은 상기라는 것, 영혼이 영원불변의 형상들을 관상한다면 영혼은 그것들과 같은 종류의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영혼은 불멸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자신에게 삶을 가져다주는 영혼을 가질 때 살아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영혼이 삶을 가져온다면 결과적으로는 영혼이 삶의 대립자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영혼은 불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의 네 개의 논증도 분명 눈여겨볼 만하지만, 역자는 소크라테스가 제시하는 논증의 설득력보다도 철학적 토론 그 자체에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잠시 여기에서 '상기'를 거론하자면 이 상기라는 부분은 이미『메논』에서 메논이 데려왔던 노예에게 소크라테스에게 기하학 문제를 풀게 함으로써 증명한 사실도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결코 노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정확한 사태의 진실을 알기 위해 토론에 몰두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플라톤이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철학자의 모습, 곧 가장 훌륭하고 가장 현명하며,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노라 하면서 말입니다.
한편 철학적 흐름으로 봤을 때 소크라테스의 사상보다 앞선 것들이라고 볼 수 있는 자연철학자들의 탐구 방식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탐구 방법으로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왜 생겨나고 소멸하고 존재하고 있는지를 안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 철학적 사유의 대상을 자연이 아닌 인간에게로 관심을 돌린 선구자적인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에 대해선 『그리스 철학자 열전』(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동서문화사)과 같은 책을 참조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한 장은 10여 쪽도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이지만, 이 대화편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의 평온함이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의 비통함과 대비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것이 결국엔 『향연』과 더불어 플라톤의 문학적 역량이 가장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