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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17. 2024

교대를 지망하려는 학생들에게

사명감이 없다면 가지 않아야 한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누워서 침 뱉기에 해당합니다. 어쩌면 일선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결코 예외는 아니니까요.


아주 오래전 학부 시절 여러 교수님들에게 수업을 받던 시절부터 우린, 교대생들은 어린아이를 가르치고 대하게 될 것이라서 그런지 사고방식의 틀이나 깊이가 너무 좁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말이나 행동을 보니 자네들은 딱 초등학교 애들밖에는 못 가르치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천성일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들으면 가히 그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논리였습니다.


맞습니다. 교대생들은 사고방식이 너무 고루하고 전혀 깨어 있지도 않으며, 생각의 깊이 또한 너무 얕습니다. 솔직히 제가 졸업한 게 벌써 24년이 다 되어 가니 지금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장담은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저경력 선생님들을 보면 그런 저의 생각 역시 그다지 틀린 건 아닌 듯하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교대생들은 거의 전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고의 폭이 좁을까요? 그건 아마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성적이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던 곳이 바로 교대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최소한 학급에서 혹은 대체로 전교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던 학생들이 교대에 진학하곤 합니다. 물론 그들은 집에서도 애지중지 커왔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어쩌면 인생의 쓴맛(?)이라고는 모르는 채 성장해 왔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그들이 과연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공교육의 붕괴 현상이 잘못된 교육 정책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너무도 변해버린 학부모들의 속성과 그들의 다분히 이기적인 욕심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러는 어릴 때 집에서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데다 사회성까지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교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견 일리는 있으나 저는 과감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두가 잘못된 진단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제게 욕한다고 해도 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교육이 붕괴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사들에게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이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서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따라잡기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교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최소한의 사명감은 갖고 진학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듯 어쩌면 먼 미래에는 교사라는 직종 역시 더는 철밥통이 아니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냥 표면적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은 시간에 맡은 업무 좀 하고, 4시 30분이라는 다른 직종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시간에 퇴근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꿈의 직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으니, 매월 지급되는 담임수당을 시간당 보수로 계산하면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이유로, 타 직종에 비해 급여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치기엔 제반환경이나 교육적인 시스템 등이 너무 열악하다는 이유로 전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실 공무원을 해서, 그중에서도 특히 교사 생활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믿으실 분도 있겠지만, 딱 먹고살 만큼만 벌게 됩니다. 저처럼 부부교사가 아니라면 4인 가족이 살아가면 늘 빚을 져야 할 정도로 벌이가 변변찮습니다. 물론 벌이가 시원찮은 걸 탓하거나 싫어하는 걸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듯, 힘들게 교사가 되었다고 해도 다양한 이유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을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기도 합니다.


이제 12년 정도밖에 남지 않는 저도 오죽했으면 몇 번이나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생각 있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엔 너무 가시밭길인 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인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사명감' 운운하는 게 얼마나 주제넘은 짓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전 보다 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교대에 진학하고 그런 사람들이 학교 현장에 나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교사도 사람입니다. 그 말은 교사라는 직업도 결국은 돈을 벌어서 먹고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직업 중의 한 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교사가 되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이 '아무나'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 교대를 나와야지만 혹은 사대를 나와야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물론 현실적으로는 교대와 사대를 졸업해야 교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시스템이긴 합니다)하고, 그런 오해가 일종의 '교직의 전문성'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문성은 교육과정을 꿰고 있다고 해서 발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막말로 교과 수업 기술이 좋다고 해서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은 개개인의 철학에 있고, 그런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교실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들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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