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Jan 14. 2024

그 난리통을 겪고 난 뒤.

2023년 한 해는 참 시끄러운 해였습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어쩌면 교육계에서 이런저런 잡음들이 많이 들려왔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몇몇 선생님들의 죽음, 학생 생활지도와 아동학대의 경계,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등 어쩌면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었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에서도 상당수의 선생님이 그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초 선생님의 사구재에는 무려 본교 선생님의 2/3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단 명확한 사실부터 얘기해야겠습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직업은 없다, 이것이 정설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이상, 어차피 타인의 직업은 겉에서 보기에 다 거저먹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입니다. 직접 그 직업에 몸담아 보지 않는 이상은 그 애환이나 그늘은 알 수 없다는 뜻이겠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한탄하듯 내뱉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잠잠하게 지내고 있던 한 연예인이 활동 복귀를 하면서 CF를 몇 편 찍었는데, 무려 42억을 벌었다고 하더라, 정말 살 맛 안 난다, 등등의 이야기였습니다. 부럽냐고요? 당연히 부럽지요?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짧은 시간에 그만한 돈을 벌었다는데 부럽지 않을 리가 있을까요? 다만 저는 그 얘기를 듣고,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해 준 기억이 납니다.

"그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 아닐까요? 저 자리에 가기 위해 저 사람은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을까요?"

마약을 비롯한 각종 약물 중독자가 적지 않고 수시로 목숨을 끊는 사람 역시 적지 않은 것만 봐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우리가 그저 밖에서 쳐다봤을 때처럼 마냥 좋은 것만 아니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모든 직종이 마찬가지입니다. 의사, 판사, 변호사, 검사 등등 흔히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만 봐도 직업에 대한 편협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게 증명이 되는 셈입니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교사라는 직업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지요. 다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사가 마냥 놀고먹는 직업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어쩌니 저쩌니 하며 미주알고주알 불평을 늘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작년 한 해 그렇게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 이미 교사의 하루 일과나 연간 업무량 따위에 대해서는 이미 인터넷에 노출될 만큼 노출되었을 테니까요.


다만 이건 꼭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아들놈이 대학 진학할 때 제가 두려워했던 게 바로 이것입니다.

"아빠, 나 교대나 사대 가면 안 될까?"

혹시라도 그 말을 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말하면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적성이 안 맞아 그러는가 보다,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나름으로는 이 교사라는 직업이 저의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전 아들이 교사가 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다행히 녀석은 교대를, 그리고 사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관문은 올해 고3이 되는 딸아이입니다. 단 한 번도 그 아이의 입에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 마찬가지로 대입 원서를 쓸 때까지는 마음을 졸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든 마음이 변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 적성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맞다면 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전 제 딸이 선생님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생님 몇 분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서 교육환경이 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그래도 어느 정도 의식의 변화는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엔 그런 생각조차 없었던 분위기였으니까요. 세상의 그 어떤 직업이든 쉽거나 만만한 직업은 없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시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그다지 긍정적이거나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지금에 와 생각했을 때 저에게 남은 12년의 교직생활이 참 길고도 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