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Nov 27. 2023

아들 군 입대

백 여든 번째 글: 어떻게든 시간은 오는군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연 그날이 오긴 오냐면서 조금은 여유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최소 몇 개월 남았으니 부족한 부분을 준비도 좀 하고, 평소에 학교 다니느라 못했던 것들도 하면서 마음 편하게 입대일을 기다리면 된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았습니다.

방금 전 아들놈을 지하철 역에서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논산까지 따라가려고 했었는데, 타지에 사는 집사람 친구들 몇 명이 논산으로 와 마음이 허할 집사람을 달래준다고 하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따라나서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멈췄습니다. 녀석에게 잘 갔다 오라고 악수를 청했더니 녀석이 저를 꼭 안아주더군요. 일시적인 이별이긴 합니다만, 이제 곧 헤어지는구나 하는 실감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눈물을 보인다는 게 아비로서 그다지 못난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먼 길 가는 아들에게 굳이 눈물을 비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개찰구를 통과한 집사람과 아들의 뒷모습을 볼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지하철을 타러 둘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막상 뒤돌아 서려는데 감정이 북받쳐 오르려 하더군요. 아무래도 대합실에 서 있다간 새벽 댓바람부터 눈물이나 질질 흘리고 있을 모습을 연출할 것 같아 얼른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들이 입대하는 날, 제가 바란 것은 끝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기였습니다. 저 역시도 30여 년 전에 입대하던 순간에 가족이 눈물 바람을 일으키니 연병장 안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군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예전에 비해 솔직히 전혀 군대 같지 않다고 해도, 입대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편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안 그래도 무거울 아들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제 바람은 성공하긴 했습니다. 웃으면서 보내주기, 그것 하나만이 목표였으니 어쨌거나 오늘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녀석은 정말 입대하는 날이구나, 하는 실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어쩌면 논산 연무대에 도착해서 부모님을 밖에 세워놓고 부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요즘은 부모님들이 연무대 안까지 따라 들어가는지 아닌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건 확실합니다. 더 오래 함께 있을수록, 더 깊이 따라 들어갈수록 아들을 남겨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더 무거울 것이라는 사실이 말입니다.


문제는 아들을 거기 남겨놓고 돌아올 집사람입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네에서 언니 동생하며 오랫동안 지내온 아주머니 두 분이 동행하게 되었다는 점이겠습니다. 혼자였다면 얼마나 서글픈 발걸음이 될까요? 아마도 그 두 분이 집사람을 옆에서 많이 다독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든든한 한편 너무도 감사한 마음까지 듭니다.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시계가 다 서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말입니다. 5주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만한 시간입니다. 훈련소 안에서 이 추위에 훈련을 받아야 할 아들놈은 그렇지 않겠지만, 밖에 있는 우리들에겐 그래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겠나 하며 퇴소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그러고 보니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제가 아들놈에게 정확히 뭐라고 하며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비 변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