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즌이 왔습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연례행사처럼 올해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1년 동안 멀쩡히 가만있다가도 이맘때면 그동안 써놨던 원고를 꺼내어, 어쩌면 헛된 꿈에 부풀어 작가 흉내를 내곤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일련의 동작들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느 한 작가는 이런 특이한 현상에 빠져 매년 11월과 12월을 멍한 상태로 보내는 사람들을 두고, 신춘문예 열병에 빠졌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건 열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각 일간지 등에서 자신의 작품이 당선이 되어 작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래봤자 각 장르별로 1명뿐입니다. 그 나머지는 또 다음 해를 기약하며 씁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해마다 각 일간지 듯에서 실시되는 신춘문예의 실질적인 응모자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천 명을 훌쩍 넘어섭니다. 대체로 평론 부분의 응모자가 가장 적고, 시 부문은 작품이 산더미처럼 들어옵니다. 그 말은 곧 경쟁률 자체가 수십 대 1에서 수천 대 1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로또 당첨 확률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사실상,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문학을 꿈꾸는 아마추어 작가지망생들이 헛된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헛된 꿈이라고 너무 대놓고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최소한 한두 번이라도 일간지에 원고를 보낸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압니다. 그것이 얼마나 헛된 꿈인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 꿈에 다가가는 길에 놓인 커다란 벽이 얼마나 두껍고 튼튼한지를 말입니다.
이런 걸 두고 주제 파악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신춘문예 도전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얼마만큼 써야 당선이 될지는 몰라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괜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정말 이거다 싶은 작품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글만 쓰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