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저 같은 작가지망생은 따지고 보면 굳이 글을 오래오래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잘 써질 때에는 글을 많이 쓰면 되고, 잘 안 써질 때에는 펜을 놓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왜 글을 쓰지 않느냐고 면박을 주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동안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왔습니다. 일기처럼 어떤 공책 같은 데에 글을 쓰기도 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며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쓰지는 못했습니다. 항상 처음 시작 때에는 굉장히 거창하게 시작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흐지부지되곤 했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글쓰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그건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처음부터 100m를 달리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달렸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들, 너무 완벽해지려는 욕심들, 게다가 글을 쓸 때에는 몸에 잔뜩 힘까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쓴 글이 질적으로 좋을 리가 없지요. 무엇보다도 글을 오래오래 쓰려면 몸에 힘을 뺄 수 있어야 합니다. 적절한 화장은 얼굴을 돋보이게 하지만, 과한 화장이 변장에 다름이 아니듯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글은 쓴 사람 못지않게 독자가 먼저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 최근에 글을 쓰면서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몸에 힘을 빼려면 우선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써서 그걸 책으로 출간하겠다는 생각
내가 쓴 글로 인해 구독자를 몇 명 정도 선까지 늘리겠다는 생각
내가 쓴 글을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노출시키겠다는 생각
아, 물론 이런 생각을 누군가가 갖고 있다고 해서 그분이 잘못되었다는 뜻으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라고 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저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생각들은 버려야 하는 것이 되는 겁니다.
저는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 글이 책으로 출간되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구독자가 천 명 정도 선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제 글이 노출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같은 이치입니다. 아직 제 글이 누구의 심금도 울리지 못하고 있고, 누군가가 손꼽아 기다릴 만큼 풍부한 읽을거리나 생각의 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진단을 내리니 서글픈 일이긴 합니다만,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진단은 필요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습니다. 다소 이기적인 바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엇보다도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일단은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먼저 읽어서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들이 제 글을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그 이후의 문제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은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제가 쓰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