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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30. 2023

가장 추운 날

백 여든두 번째 글: 별 것 아니네!

어젯밤부터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어댔습니다. 늘 겪는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그다지 겁을 낼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뭐, 이깟 추위쯤이야, 하고 생각해 보면 못 이길 추위는 없습니다.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어지간한 추위 정도는 이젠 일도 아닙니다.


12년째 차를 놔두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다니고 있습니다. 가장 더울 때, 그리고 가장 추울 때 혼잡한 사람들 속에 섞여 다니고 있으니, 웬만한 더위나 추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제 뉴스의 날씨 코너에서 앵커가 그러더군요. 올해 들어 가장 두꺼운 옷을 꺼내어 입어야 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집을 나서고 보니 별 일도 아니란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앵커의 말처럼 제일 두꺼운 옷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늘 입던 목티에 남방만 하나 더 걸쳤을 뿐입니다. 걸으면서, 다음 차편을 기다리면서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게 이골이 난 저로선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일체유심조, 모든 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말장난처럼 여겨지겠지만, 춥다 하면 그때부터 추운 것이고, 덥다고 입으로 쪼아대면 더 더운 법입니다.


어쩌면 '어! 시원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극한 상황 속에서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게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극한상황 운운하는 것도 우스울 뿐입니다. 그 말은 곧 이 정도 날씨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그래도 아직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발이 시린 정도는 아니니까요.


따지고 보면 본격적인 겨울은 내일부터입니다. 정말 춥다고 말하려면 아직 멀고도 먼 길이 남은 셈입니다. 실내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면 오늘 하루는 조금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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