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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07. 2023

잘나가던 때

백  여든아홉 번째 글: 아, 옛날이여!

누구에게나 다 잘나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걸 두고 리즈 시절이라고 지칭하던가요? 듣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정확한 뜻이 궁금해 다음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외모,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선수 스미스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하였다.


연예인이 아닌  같은 일반인에게 외모나 인기가 절정이던 때가 있었나 싶긴 하지만, 젊음 하나 만으로 모든 걸 밀어붙이던 만의 리즈 시절이 저에게도 분명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이제 50대 초반을 지나고 있으니 아마도 25살 전후의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기 초에  리즈 시절의 사진을 교실 뒤편 환경판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곳은 저희 반 아이들의 사진을 A4 반 장 크기로 출력해 붙여 놓은 공간입니다.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그 반응은 세 달 전 있었던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한편에 저의 27살 때의 사진을 붙여놓았습니다. 아이들은 포토샵 처리가 멋지게 되었다며 난리였고, 물론 인사치레로 한 말이긴 하나 일부 학부모님들은 젊었을 때는 '한 인물 하셨네요'라는 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이 하교한 뒤 가끔은 그 사진을 보곤 합니다. 게도 저런 때가 있었구나, 아 옛날이여, 따위의 생각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뭘 어떻게 해도 그때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생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한창의 리즈 시절을 지금 군대 가 있는 아들놈이 겪고 있습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뭘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젊음,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청춘, 그 한가운데를 지나보면 그때가 얼마나 소중한 시기였는지 뒤늦게 후회하곤 하지만, 그런 뒤늦은 깨달음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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