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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08. 2023

배우자 조건

백 아흔 번째 글: 돈이 참 중요하긴 중요한가 봅니다.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2030세대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 배우자 상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업체는 25~3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배우자의 신장, 연 소득, 자산 규모, 나이 차이, 학력, 그리고 배우자의 직업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여성에게 있어서의 이상적인 배우자 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신장: 178.7㎝
연 소득: 6067만원
자산 규모: 3억3491만원
나이 차이: 2세 연상
학력: 4년제 대졸
배우자 직업: 일반 사무직 남성


다음은 남성이 바라는 이상적인 아내 상입니다.

신장: 164.2㎝
연 소득: 4377만원
자산 규모: 2억1692만원
나이 차이: 2.3세 연하
학력: 4년제 대졸
배우자 직업: 일반 사무직 여성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결혼이 성사되는 최소한의 조건은 아닐 겁니다. 다만 미혼 남녀의 결혼관이 이런 정도라는 건 흥미를 떠나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씁쓸한 마음까지 드는 게 사실입니다.


남자와 여자, 각각의 인식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조사 결과를 단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키 작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가난한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뭐, 생각을 탓할 수는 없겠습니다. 더군다나 결혼정보업체에서 한 조사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조건이 어떠한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막상 결혼해서 22년 넘게 살아보니 어느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만, 미주알고주알 따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연 소득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산 규모를 운운하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재산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은 건 맞습니다. 그런데 본 조사 결과처럼 2~3억이 넘는 돈을, 선대에게서 물려받지 않은 이상 미혼 남녀가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하고 살고 싶다는 뜻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풍족한 상태에서 출발하고 싶다는 의미겠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돈이 너무 중요하게 대접받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결점들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출발은 미미하나 하나하나 살림살이들을 마련해 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결혼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사진 출처: https://v.daum.net/v/20231207000513159,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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