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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08. 2023

작아진 자아

0544

작아지고 있다.


세상이

인간이

관계가

마음이


세상으로 접촉하는 것은 광대해졌으나

타인으로 다가가는 것은 협소해졌다.


한때는 스스로에게 맡겨두어도 안전했던 양보와 관대 따위도 설득의 압박으로 유도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작아지고 있다.


내 옹졸함을 사수하려다 타인의 얼굴을 할퀸다.


뉴스기사도 온통 작아진 인간들의 군상에 관한 보고서들 뿐이다.


식당에서 손님 6명이 고기 30인분을 먹고 음료수 6병을 서비스로 요구해 주인이 거절하자 야박하다고 인터넷에 올린 내용으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얼마나 보통사람들의 몰라도 되는 작디작은 이야기인지 읽고 있는 나마저도 소멸할 것 같다.


기사 속 인물들이 작다는 말이 아니다.

이러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치 있는 이야기보다 즐겨 소비된다는 사실이 자꾸 작게 만든다.


작아지고 나서 지르는 큰소리는 공허하고 가엽다.


https://brunch.co.kr/@voice4u/466


왜 우리는 점점 작아질까.


개인의 파편화. 다양성. 배타주의/포괄주의...


그것보다 진짜가 사라짐에 있는 건 아닐까.


가공된 감정

가려진 진정

가벼운 공감

가난한 관심

가늘어진 이해

가냘픈 결속력

가상의 스킨십


작아지고 작아지면 내가 상처받을 표면적이 작아져 외부로부터 고통이 적어질 수는 있으나 내부에서는 조직이 촘촘해지고 여유가 없어서 그 자체가 상처의 종양으로 자리할 수 있다.


인간은 나를 초월해 커지지 않으면 세상의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가장 초라한 미물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수려하고 풍족한 이들이 속으로는 한없이 무수히 작아지고 작아지고...


https://brunch.co.kr/@voice4u/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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