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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12. 2023

올해의 결산(3)

백 아흔네 번째 글: 단톡방에서의 글쓰기

올해 제가 한 일 중 의미 있는 것을 꼽으라면 '단톡방에서의 글쓰기'가 반드시 포함됩니다. 사실 이 단톡방이라는 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으나 역기능도 분명 존재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단톡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갖는다고 했을 때, 가족들 역시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단톡방에 들어가게 된 계기 자체가 상당히 경이적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모르는 사람이 뭔가를 같이 해보자고 하면 일단 마음에 방어벽부터 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한창 네이버 블로그에서 '100일 글쓰기'에 열중이던 2023년 6월 6일, 한 이웃님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카카오톡에서 온라인 글쓰기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네'하며 무시하고 말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계속 그 제안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딱 하루 고민하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접속했습니다. 50명이 정원인 그곳은, 제 기억이 맞다면 제가 갔을 때 20명이 채 안 된 곳이었습니다. 어색함이 왜 없었겠습니까마는 최대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1주일에 한 번씩 제시되는 글제에 맞춰 글도 한 편씩 올렸습니다. 물론 글제와 관련 없는 글도 수시로 올렸으니 최근까지만 해도 1주일에 서너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단톡방의 이름은 '글쓰기 연습방'입니다. 우선은 요란하지 않은 이름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방장님이 낸 기발한 생각이 더 끌렸습니다. 회원 상호 간에 '작가님'으로 지칭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곳에선 닉네임이 '다도기작가'입니다. 일단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처음엔 좀 머쓱한 것도 있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인지 천연덕스럽게 작가님, 이라고 부르고 작가님, 이라는 소릴 듣습니다.


다음으로 이 단톡방의 좋은 점은 글을 쓴 사람이 정식으로 본인의 글을 헤집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글이 어떠니 저떠니 같은 얘길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글이 이상한데도 무턱대고 잘 썼다는 말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최대한 긍정적인 포인트를 찾아 댓글을 단다는 것입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최대 정원인 50명을 꽉 채워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36명이 활동 중입니다. 글은 쓰지 않고 속칭 '눈팅'만 하던 일부 회원들을 방장님이 내보내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대략 1/3 정도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글쓰기는 계속 이어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1월이나 2월에 본 단톡방 글쓰기 모임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습니다. 이 모임의 부방장으로서 사실 어떤 모임이 될 것인지 기대 반 두려움 반입니다만, 아무쪼록 이 모임을 통해 단톡방이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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