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결산 (4)
백 아흔다섯 번째 글: 소중한 인연입니다.
드디어 2023년의 행적을 되돌아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올 한 해를 생각한다면 이 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은 특정한 사람과 관련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중에 저희 반 학부모님 중에 한 분을 만난 것입니다. 아니, 만났다는 표현을 쓰니 어쩐지 어감이 어색하네요. 알게 되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습니다.
그분의 정확한 나이는 모릅니다. 예전은 몰라도 요즘은 가정환경기초조사서에서도 학부모님의 나이는 절대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략 열 살 정도 차이가 나겠거니 짐작만 하고 있는데, 그게 그분과 내가 알고 지내는 데에 조금도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처음에 그분을 알았을 때에는 다른 여느 학부모님과 다른 점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매우 조심스러운 관계였습니다. 어찌 보면 요즘과 같은 때라면 언제 태도가 돌변해 갈등이 생길지도 모르는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이의 일로 카톡에서 메시지를 두어 번 주고받았는데, 제게는 그 메시지가 한 편의 글로 다가왔습니다.
글 속에서 사려가 깊이 느껴졌습니다, 감정의 결이 저와 비슷한 데가 있었습니다. 감상적인 모습도 보였고 낭만적인 느낌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시적인 글은 아니었다고 해도, 글을 읽으면서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첫 느낌 이후 여름이 지날 때까지 수시로 톡을 주고받았습니다. 사실 그래봤자 아이에 대한 얘기, 학교 관련 얘기, 교육 이야기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인연이 어찌나 소중한지요?
가을이 되어 대면 상담을 하게 된 날, 마지막 상담이다 보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얘기를 나눴습니다. 2시간 40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그분 역시 책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일기를 써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전 그분에게 정식으로 글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글쓰기로 삶이 치유되는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자신만만하게 얘기했습니다.
대략 4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정식으로 글을 써보겠다고 공언한 건 아니지만, 전 그분이 언젠가는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전 수시로 제가 쓴 글을 그분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오지랖도 넓다고 볼 수 있겠으나, 전 지금도 그분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세 달쯤 뒤 학부모와 교사가 아닌 조금은 더 편한 관계가 되어 글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 오래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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