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많이 춥습니다.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나왔는데도 칼바람이 몸의 빈틈만 찾아내 들이치는 기분마저 듭니다. 비록 그렇다고는 해도 춥다고 해서 글쓰기를 게을리할 순 없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에게 글 쓰는 환경으로 따지자면 최악의 조건인지도 모릅니다.
이 차가운 날씨에 장갑조차 끼지 않은 두 손을 고스란히 노출해 한 글자 한 글자 쳐 나가고 있습니다. 약간의 허풍을 보태자면 글자를 하나하나 칠 때마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뭔가 대단한 글을 쓰기 때문은 아닙니다. 더러는 말이 되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심지어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이런 공간에 글을 써서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타인에게 글이 읽히게 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겠지만, 그전에 글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저와 어딘가에 숨어서 평소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던 조금은 속 깊은 저와의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중한 만남의 자리에 타인의 생각이, 시선이, 그리고 평가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그냥 이 자리를 빌려 조금은 더 솔직한 저와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타인의 생각이나 시선 혹은 평가라는 건, 제가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하게 옭아매는 하나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처럼 날이 추운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오롯이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극한적인 환경까지는 아니지만, 추우면 추울수록 생존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감각만 남을 것이므로, 어쩌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이만큼 좋은 환경은 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썼습니다. 앞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더 추워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두 팔 벌려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춥다고요? 글을 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자, 이제부터 또 다른 한 편의 글을 쓰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