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 보세요
글쓰기는 일상을 특별한 경험으로 바꾸어 주는 가장 쉽고 분명한 비결입니다. 매일 쓰는 글은 일상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놓습니다. 그것이 한 줄짜리 일기든, 아니면 단순 감정을 표출한 것이든,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든, 그것도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어냈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루라고 불리는 시간 동안, 글을 썼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하루를 다른 날과 구별 짓습니다.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간 날들은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전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뭐 그냥 회사 다녔지.’, ‘연말엔 행사 같은 거 했고.’ 이런 식이 됩니다. 쓰지 않고 지나쳐온 날들은 ‘일상’이라는 이름 하에 저마다 비슷한 얼굴이 됩니다. 기록 없이 살면, 이따금 커다란 외부 자극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내 삶은 모두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삶은 띄엄띄엄 발생한 사건으로만 연결 짓기에는 훨씬 더 촘촘한 것입니다. 그 안에는 무수한 이야기와 생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생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입니다.
글을 쓰면 일상이 일상이 아니게 됩니다. 매일 5분이라도, 아니 단 한 줄이라도 글을 쓴 사람은 그 모든 날들이 같지 않습니다. 기록하였으므로 지난날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게 됩니다. 하루라도 같은 날은 없습니다. 매일이 엇비슷해 보이고 반복되는 것 같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어느 하루도 ‘어제랑 같아서 할 말이 한 줄도 없다.’는 날은 없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삶을 구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삶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요, 해상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상’이라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것들이 실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글이 가져다준 가장 큰 유익 중 하나는, 매일을 일상이 아닌 역사로 만들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모두 비슷한 모양의 날들이었던 저의 과거는 기록을 통해 저마다의 얼굴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지난 글들을 주욱 읽어 보았습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며 출퇴근했고, 회사를 그만두고는 집에서 읽고 쓰고 생각하고 산책하는 겉보기에 비슷한 나날들이었지만 그중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었습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비슷한 날들이었을 테지만 쓰기 시작하는 순간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습니다. 이것이 쓰기가 일으키는 마법입니다. 백만 글자 이상을 쓰고,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주제도 없이 글을 썼지만 단 하루도 같은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글쓰기는 매일을 개별성을 가진 역사적인 날로 바꾸어 줍니다.
흔히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때는 그 일이 기록될만한 가치가 있거나 후대에 널리 알릴만한 값어치를 가진 일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스스로 역사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매일 일어나는 일의 우연 속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 써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글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모인 글들은 매일의 액기스가 되고, 자신만의 역사가 되어 남과는 다른 인생의 출발점이 됩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자신만의 역사가 있으면 다른 것과 구별되게 마련입니다. 흔해 빠진 볼펜 한 자루도 그 볼펜에 담긴 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볼펜과 차별성을 갖게 됩니다. 또 반대로 아무리 값지고 고귀한 인간의 일생도 자신만의 역사가 없다면 그저 타인의 인생을 답습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생각과 일상을 모아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인 글은 내게서 나온 것이지만 어느샌가 내 앞에 서서 나를 이끌어주는 방향타 역할을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을 다시 보고, 내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들여다본다는 뜻입니다. 쓴다는 것은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사람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는 말이 꼭 맞습니다.
모든 이의 글은 표준화된 틀이 담지 못하는 개인의 차별성이요, 누구에게도 다 얘기할 수 없는 저마다의 소중한 나날들인 것입니다. 글을 써서 저의 인생을 더 정다운 눈으로 바라봐 주고 싶습니다. 누구도 다 알아줄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내게 다 들려주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남는 장사입니다. 아무리 큰돈을 주더라도 타인이 내 마음을 읽어주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역사로 남겨 줄 수 없습니다. 또 글쓰기는 경제적인 비용도 크게 발생하지 않으니 더 부담이 없습니다. 쓰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자를 아는 이라면 누구나 글을 써야 합니다. 거짓이나 악의가 없는 한, 진실이라면 그 어떤 글이라도 좋습니다. 단 한 줄이든, 5분이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쓴다는 사실 그 자체뿐입니다.
저는 글쟁이로 살아갈 것입니다. 환쟁이는 매일 그리고, 글쟁이는 매일 써야 합니다. 삶이 참 값지기에 글 쓰는 일로 제 삶을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글은 삶의 방식이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이제는 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이라는 밑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다운 마음으로 안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긴 대로 살지 않고, 내 역사를 써내려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목소리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만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표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구인가 발견하는 것입니다.
한 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