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연착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 7시 35분쯤 왜관역에 내립니다. 마음 같아선 학교로 들어가는 마을버스가 곧장 있으면 좋을 테지만,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습니다. 무려 30분을 기다려야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8시 5분까지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침 시간 30분은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어떻게든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몇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 대합실에서 부족한 잠을 때우는 방법이 있었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 리가 없습니다. 아침부터 공공장소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도 보기 싫었고, 아침 식사도 몇 번은 몰라도 매일 같이 하기엔 무리가 따랐습니다.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바로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은 뭔가에 빠져 있다 보니 그냥 흘려보내고 말 30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장점이 컸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제 앞에 버스가 와 있더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하루를 열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졸면서 보내든 뭔가를 먹으며 보내든 어차피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올 6월부터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 덕분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 외에도 지하철 안에서도, 또 기차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일 3시간 정도는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런 패턴을 이어온 지 이제 고작 6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은 발전 어쩌고 저쩌고 할 계제는 아닌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려 합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글을 쓰는 습관이 정착되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려 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리는 없습니다. 설령 이렇게 떠먹는 한 술 두 술에 배가 부르지 않게 된다면 또 어떻습니까? 어차피 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언젠가는 배가 불러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