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지를 써야 다음 페이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무수한 글자를 쏟아 내는 것은
언젠가 만나게 될 한 문장을 찾기 위함입니다.
어떤 글이 쓰일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다만 내가 써야만 하는 글 한 편, 문장 한 줄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써줄 수 없는 한 문장
나는 내 삶에 묻혀 있는 글을 찾기 위해 오늘도 쓰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화가가 세상에 그림을 내놓을 때,
그 한 점을 위해 화가는 몇 번이나 그림을 그릴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보는 한 장의 그림은 단지 한 장이 아니라,
수백, 수천 장의 그림과 작가의 인생이 녹아들어있는 한 장임을 깨닫게 됩니다.
내게는 글이 이와 같습니다.
나는 글쟁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수천, 수백만 자의 글자를 쏟아낸 후에야 쓸 수 있는 나의 글,
그 글을 찾고 싶어 오늘도 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첫 페이지를 쓰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갈 수 없듯이,
지금 쓰이는 이 글들이 없이는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언젠가 그 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알게 될 것입니다.
‘아, 오직 이 문장을 만나기 위해 오랜 기간 글을 써 왔구나.’ 하는 것을요.
제게 글은 표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내 의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상황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은 제 삶의 방식입니다.
제 삶은 저만이 쓸 수 있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한 것입니다.
‘쓰기’라는 이름의 이 여정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 문장을 위해 평생 수천 편의 글을 씁니다.
그 한 문장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알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글을 한 자씩 써내려 가는 방식으로만 그 길을 걸을 수 있을 뿐입니다.
살아온 삶마다 글이라는 흔적이 남고,
쌓인 글에서 한 편 글을 뽑아낼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그 글을 만났을 때
그 글을 알아보고 기뻐하는 나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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