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Dec 22. 2023

가장 강력한

이백 일곱 번째 글: 말을 너무 가볍게 하는 건 아닐까요?

살다 보면 '가장 강력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많이 듣거나 하게 됩니다. 이 말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 없었던 그 정도가 심한 걸 두고 지칭하는 말이겠습니다. 요즘 말로 속칭 '역대급'이란 표현과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사실은 가장 강력하다,라고 했으니 이전에는 물론 이후에도 없는 것이어야 이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 표현을 밥 먹듯이 쓰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습니다. 아마 내일, 오늘보다 더 추우면 내일 역시 이 말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인지도 모릅니다. 분명 추운 건 틀림없지만, 이 역시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입이 보살이라는 말이 아마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로 뭔가를 단정 짓는 건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법이니까요.


며칠 전 교무실에 들렀는데, 어떤 분이 게 대중교통으로 다니느라 고생이 많다며, 많이 춥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서 있으면 발이 시린 정도는 아니라고, 이 정도는 추운 것도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그렇게 대답한 다음 날부터 날씨가 더 매서워졌습니다. 물론  말 때문에 날씨가 사나워졌을 리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이 추위도 어쩌면 말이나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겨울에는 추운 게 정상입니다. 말을 예쁘게 하거나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다고 해서 물러날 추위가 아니듯, 아무리 껴입는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추위는 아닌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따위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두 번은 오지 않을 추위라면 몰라도, 아니면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할 정도의 추위라면 몰라도, 고작 이 정도의 날씨로 설레발을 치는 건 경우가 아니지 않겠나 싶습니다. 아직 겨울이 다 가려면 멀고도 멀었으니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