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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21. 2023

냉담을 풀다

0557

성탄 판공을 하는 날.

천일동안의 기나긴 냉담을 풀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어쩌면 우연이면서도 우발은 아니다.


소멸한 후 생성되었다기보다는 잠든 영성이 비로소 깨어난 것이라 믿는다.


사소한 이기와 상처에서 시작된 냉담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치부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냉담 후 한결 가벼운 듯했으나 무수한 허들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나의 보폭과 속도로는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으나 견고한 장애물은 나를 자주 주저앉히고 한계 짓게 하곤 했다.


불안정한 인간의 손을 잡다가 늘 놓치기 일쑤였다.


일생 가장 힘겨운 3년을 겪으며 단단해지기보다는 너덜너덜해졌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가 점차 모호해져 갔다.


안전하게 보신하고자 염치가 닳아지고 자존감이 희박해졌다.


보이는 것에 열광하고 맹종하는 어리석은 시간들.


멈추어 생각한다.


존재의 함량을 조율하기로 한다.


마음을 낮추어 육체의 허튼짓을 중단시킨다.


영성으로의 회복은 기복이 아닌 의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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