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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20. 2023

유연한 각오

0556

다시 말랑해져야겠다.


경직으로는 어떤 형체로도 변화가 어렵다.


뜨거운 화로로 몸을 던질 때다.


단련과 수련의 시간이 도래했다.


그동안 충분히 고집으로 잘 살아냈다.


이제는 그것으로는 수명이 다했다.


가장 강한 성질은 한없이 유연해지는 것일 게다.


밀어내기보다 아우르는 쪽이 강하고 세다.


강함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살필 일이다.


다이아몬드를 뚫는 것은 쇠가 아닌 물이다.


겉으로만 강한 것은 한계를 스스로 규정한다.


유연해지면 칼과 꽃의 간극에서 극단적 호환성이 가능하다.


변덕이 아닌 변동은 상충하는 대상을 모두 살린다.


https://brunch.co.kr/@voice4u/488


각오는 굳히는 작업이 아니다.


어쩌면 카드를 다시 섞는 것과 같다.


복잡한 질서를 감당하겠다는 태도다.


조건을 겉과 안에서 균등하게 부여한 채 덤벼본다.


올바른 각오의 자세는 주먹을 쥐지 않고 서서히 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각오는 이완일 때 작동이 잘 된다.


달걀을 쥐듯이 해야 한다.


자꾸 비껴가는 콩을 젓가락으로 집는 것처럼 힘보다는 집중이 관건이다.


눈에서 힘을 풀고

어금니 문 입을 풀고

경직된 사지를 모두 풀고

딱딱해진 언어들을 풀어야

비로소 쓸만한 각오가 몸에 장착될 것이다.


그러니 밤새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푸는 일을 눈뜨자마자 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싶다.


https://brunch.co.kr/@voice4u/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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