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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과 지금의 꿈이 무엇인가요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떠들어도 배부른 나의 이야기가 있나요
나의 어리석음으로 놓친 귀한 기회가 있나요
나의 장점을 시나 에세이로 쓸 수 있나요
최근 가장 상처가 된 말은 무엇인가요
하루종일 친구들 위해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준 적이 있나요
나를 바꾼 운명적인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까운 친구 3명을 모르는 사람에게 얼마나 장황하게 자랑할 수 있나요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요
나는 어떤 이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나답다는 말을 글이나 말로 얘기해 줄 수 있나요
누군가가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떠오르는 대로 열거해 본다.
그러고 나서 그 대상을 나로 돌려 자문해 보자 질문 하나하나가 난감하다.
잊히는 것은 망각보다 감추어짐에 가깝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희미해진 것이다.
다시 입김을 불고 소매로 닦아내고 싶은 질문들을 낮게 읊조려 본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딱히 없으나 나빠지지는 않을 수 있다.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한 전제일 수도 있으며 삶의 속도에서 제어장치가 된다.
마냥 달려가면 남들보다 먼저 나아갈 수 있지만 정작 도착한 지점이 엉뚱해질 수 있다.
넘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를 제대로 알아차리려고해도 아무도 힌트를 주지 않는다.
놀랍고 우습지 않은가!
세상은 나를 볼 수 있는데 나에게 아무런 질문을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보면 나를 안다는 것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부의 사정이다.
외부는 장애물일 뿐이다.
질문은 결국 내가 던지고 세상은 그 질문을 기록하는 칠판에 불과하다.
한동안 잊힌 질문들을 다시 품어본다.
매 순간 다른 답을 뱉어내게 하는 질문이 건강하다.
다음 주 내내 비 그림이 그려진 일기예보를 보니 요즘 내게 주어진 질문들이 그런 것 같다.
새싹처럼 돋아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비처럼 쏟아져 내려 나를 온통 적시는 것처럼.
질문은 저만치 우아하게 존재하지 않고 나와 하나 되어 감싸고 생장한다.
질문이 유독 지독하게 말을 걸어오는 주말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