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빼기
이백 열두 번째 글: 인생의 기본은 더하기와 빼기가 아닐까요?
학창 시절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학에 대해 질리도록 배웠습니다. 기본적인 사칙연산에서 지금 생각해도 쓰임새는커녕 그 원리에 대해 이해도 잘 안 되는 미적분까지, 배울 만큼은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달달 외우고 머리를 싸매게 했던 그 무지막지했던 수학의 내용들 중에 더하기와 빼기 기능 외엔 죄다 퇴화되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사실상 살아가는 데 있어 요구되는 가장 최소한의 수학적인 기능은 더하기와 빼기일 것입니다.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기능을 생각해 봤자 기껏해야 곱하기와 나누기 정도가 될 것입니다. 갑자기 수학적인 기능을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 인생 자체가 더하기와 빼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먼저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제 더는 뭔가를 더하려 생각을 해선 안됩니다. 어쩌면 손에 움켜쥐고 있던 것도 놓아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한도 끝도 없는 법입니다. 365일 중 360일을 보냈다면 이제 남은 5일도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게 바로 '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제가 가진 포대 자루는 낡은 것이 틀림없긴 하나 최소한 새 술을 담으려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비워야 합니다. 어쩌면 털끝만큼의 미련도 남겨선 안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뭔가가 들어차 있는 상태에서 새 술을 담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게 비우고 또 비우면서 가는 해를 보냈다면, 이젠 오는 해를 맞아들일 차례입니다. 최소한 오는 해에 대해선 모두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어느새 닷새가 지나면 새로운 해를 맞게 됩니다. 제로 상태, 아무것도 없는 완벽히 '무'인 상태에 우린 이제부터 하나하나 더해가야 합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더하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하기를 뒤집으면 빼기가 됩니다. 제대로 뺄셈 계산이 되었는지 검산할 때에는 역으로 덧셈이 활용됩니다. 더하기와 빼기가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존재하는 것입니다.
가는 해를 보내는 것이나 오는 해를 맞이하는 것도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가는 해를 얼마나 잘 보냈느냐에 따라오는 해도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법입니다. 그건 오는 해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지난해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 더하기와 빼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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