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an 01. 2024

새해의 첫날

이백 열여덟 번째 글: 첫날이 뭐, 대수일까요?

뭐, 늦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오늘은 약간 느지막하게 일어났습니다. 새해의 첫날인데 동해안 일출까지는 못 보더라도 동네 산 정도는 올라 해를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내 접었습니다.

'첫날이 무슨 대수야?'

아마도 그런 꽤나 시건방진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새해가 왔다고, 그 새해의 첫날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식구 중의 누군가는 이런 저에게 낭만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낭만이라는 말을 아무 데나 갖다붙이긴 좀 뭣합니다.  살면서 저는 이런 유의 의미 부여를 두고 낭만이 있다 혹은 없다고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요? 가는 해의 마지막 날을 요란하게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의 첫날을 대대적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있듯, 한편에선 조용히 보내고 또 그렇게 소리 없이 맞이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뭔가를 떠들썩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격 자체가 조용하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닙니다. 첫날부터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 마음 상태를 경계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적어도 게 있어서 희망적인 태도와 들뜬 태도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새해를 희망적인 태도로 맞이하는 것과 마냥 군중심리에 휩싸인 채 들뜬 태도로 맞이하는 건 명백히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무슨 정신에서인지 어젯밤엔 해마다 듣던 제야의 타종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타종 소리, 한때는 그 종소리 한 번 한 번을 따라 세며 끝까지 듣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쩐지 그 정도는 해야 새해를 잘 맞이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밤손님처럼 올해에도 어김없이 1월 1일이 왔습니다.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요. 보시다시피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뭔가 멋지고 거창한 새해를 꿈꾸지만,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제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변한  없이 흘러만 갑니다.


게 유의미한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게 그런 특별한 해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제가 변하거나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당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