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Jan 01. 2024

또 당했구나

2024년 1월 1일 새해 아침 깨달음

혼자만의 파티를 와인에 담아

두 해의 연결 의식을 경건히 하고

다섯 글자 새 다짐을 마음에 넣어

또 한 바탕 아름답게 살아볼 테다

벌컥 열린 새해에 또 당하고 만다


달력이 휙 던지고 간 

새해라는 월요일 오늘이

어제의 속도랑 똑같다는 거 안다 

그래도 나는 어제의 긴 행복을

오늘 조금 더 길게 늘여 살아볼 거다


쌓아둔 책들을 다 읽고 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다 정리하고

스르륵 말갛고 뽀안 얼굴로

기쁘게 세상과 작별하리라 하곤

계속 책을 사서 한 권씩 쌓는다

계속 한 날씩 생명을 쌓는다


매일매일 올라오는 신비로운 글

저 글이 끝나면 나도 끝나고 말아

다음 날로 넘어가는 자정이 오면

어떤 단어 어떤 말에 불이 밝을지

그 등불에 내 생명을 슬쩍 올려두고

이제나 저제나 꺼질 시간 기다려도

매일매일 타오르니 희망으로 간다


책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살아지고 더 기웃하고

글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쓰고 싶고 더 열고 싶고

사람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바라보며 더 그리워라

사랑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닿지 않아 더 애타하네


읽는 것을 잃고 나면 다 끝나려나

잃은 것을 읽는 것이 가능하려나


내 괜한 절망의 끝이 

삶의 끝이 아닐 것 같아

어차피 사는 삶이니

희망과 기쁨이면 좋겠다

희망과 기쁨으로 가겠다

희망과 기쁨으로 살겠다

 

와락 안긴 

2024년 1월 1일에

영낙없이 새 다짐에

결국 당했다


그래

자, 시작



#라라크루 #라라라라이팅 - 새해 다짐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의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