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새해 아침 깨달음
혼자만의 파티를 와인에 담아
두 해의 연결 의식을 경건히 하고
다섯 글자 새 다짐을 마음에 넣어
또 한 바탕 아름답게 살아볼 테다
벌컥 열린 새해에 또 당하고 만다
달력이 휙 던지고 간
새해라는 월요일 오늘이
어제의 속도랑 똑같다는 거 안다
그래도 나는 어제의 긴 행복을
오늘 조금 더 길게 늘여 살아볼 거다
쌓아둔 책들을 다 읽고 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다 정리하고
스르륵 말갛고 뽀안 얼굴로
기쁘게 세상과 작별하리라 하곤
계속 책을 사서 한 권씩 쌓는다
계속 한 날씩 생명을 쌓는다
매일매일 올라오는 신비로운 글
저 글이 끝나면 나도 끝나고 말아
다음 날로 넘어가는 자정이 오면
어떤 단어 어떤 말에 불이 밝을지
그 등불에 내 생명을 슬쩍 올려두고
이제나 저제나 꺼질 시간 기다려도
매일매일 타오르니 희망으로 간다
책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살아지고 더 기웃하고
글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쓰고 싶고 더 열고 싶고
사람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바라보며 더 그리워라
사랑이 무슨 죄더냐
읽다 보니 닿지 않아 더 애타하네
읽는 것을 잃고 나면 다 끝나려나
잃은 것을 읽는 것이 가능하려나
내 괜한 절망의 끝이
삶의 끝이 아닐 것 같아
어차피 사는 삶이니
희망과 기쁨이면 좋겠다
희망과 기쁨으로 가겠다
희망과 기쁨으로 살겠다
와락 안긴
2024년 1월 1일에
영낙없이 새 다짐에
결국 당했다
그래
자, 시작
#라라크루 #라라라라이팅 - 새해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