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가는 길
이백 스무 번째 글: 아들 보러 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전 5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육군훈련소 인근에도 음식점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늘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속칭 '찌라시'가 아무리 많아도 음식이 제대로 배달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생각이 그렇게 몰려가면 결국 갈 때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날 일기예보에서 추풍령 밑으로 눈이 온다고 했고, 윗 지방엔 비가 내린다고 했습니다. 운전을 담당하게 될 아내는 혹시 눈이 많이 오는 건 아닌지, 내린 눈이 얼어붙어 가는 데에 있어서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가, 하며 노심초사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서대구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라이트 앞으로 뭔가가 잔뜩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무게감으로 보나 낙하 속도를 봐선 분명 비는 아닙니다. 조수석에 딸이 앉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사장석에 앉은 저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눈이 오는 고속도로 주행이 처음인 아내는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럴 때에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입니다. 운전을 하는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좋은 기분에 나섰는데 가는 길에 기분을 망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칠곡을 지나고 구미에 이를 때쯤 약간 과장해서 폭설 수준의 눈이 내립니다. 물론 심한 과장입니다. 전혀 쌓이거나 얼어붙을 정도는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을 앞둔 우리로선 마냥 편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 입을 다문 채 전방만 주시합니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193.4km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말입니다.
요즘 일기예보 꽤 정확하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추풍령 휴게소에서 10여 분쯤 지나니 거짓말처럼 눈이 걷힙니다. 차 안에 있던 세 사람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습니다. 대전쯤 오니 서서히 주변이 밝아 옵니다.
연무대 앞에 드디어 도착합니다. 800여 대의 차량이 몰린다고 하더니 부대 앞은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이제 드디어 30분만 있으면 아들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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