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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03. 2024

잊을 수 없는 날

038.

11월 27일에 입대한 아들을 무려 37일 만에 봤다. 그것도 장장 왕복 다섯 시간에 걸쳐 400km를 달려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단숨에 달려가듯 자식새끼 본다는 데 거리가 대수일까? 5주 반 가량의 신병 훈련을 마친 퇴소식이 오늘 논산 연무대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12~13년 전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길로 핸들을 손에서 놓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대중교통으로만 직장을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도 그 먼 퇴소식 행사 장소까지 아내가 운전을 해야 했다. 그 점에 대해선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할 수 없다. 난 포기는 할지언정 계획을 중도에 바꾸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 걸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그 고생을 하면서 달려간 곳에서, 우리 가족은 오래간만에 아들 녀석을 만났다. 늠름해진 모습, 어쩌면 평소에 내가 알던 녀석의 모습이 아니었다. 잠이 많아 늘 잠 때문에 고생하던 녀석이 이젠 깨우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혼자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쳇말로 남자는 군대를 가야 인간이 된다는 말이, 아마도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전적으로 오냐오냐, 하며 아들을 키운 건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자기 자식이 귀여운 건 인지상정인 법이다. 누가 자기 자식을 못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그런 자식을 모처럼 만에 봤으니 그 기분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


30여 년 전 내가 군대에 가 있을 때 부모님이 오셨던 그 경험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긴 하지만, 이젠 내가 부모가 되어 군대 간 자식을 보러 간다는 건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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