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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02. 2024

방학 중 첫 출근

037.

오늘은 정확하게 방학을 시작한 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다. 늘 그랬듯 오늘 첫 출근을 했다. 이 추운 겨울에 밖에 나다니지 않고 따뜻한 방에 있으면 좋은지 왜 내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건 내 생리에 맞지 않는다. 역마살이라는 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디들 나다녀야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방학이라고 해서 집에만 있으면 시쳇말로 좀이 쑤셔 견딜 수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학교를 향하면서도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몇 명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일들로 등교한다. 그래도 오전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 또한 하교한다. 최소한 1시 정도부터는 완벽한 자유다. 물론 자유라고 해서 교실에 퍼질르고 앉아 영화나 유튜브 같은 걸 본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하지 못한 밀린 일도 하고, 일단 신학기가 되면 어쨌건 간에 교실을 이동해야 하니 미리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내가 물려받게 되는 교실도 그럴 테지만, 후임으로 지금의 교실을 넘겨줘야 할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말끔하게 치워놓아야 한다. 뭐, 그런 기분이랄까? 누군가가 내 옷을 빌려 가서 입고가 는 깨끗하게 빨아서 돌려줄 때와 그냥 다 구겨진 상태로 되돌려 줄 때의 느낌 차이라고나 할까?


맞다, 겸사겸사 출근한다. 이 널리고 널린 시간에 집에만 있으면 뭐 하겠는가? 더군다나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모양이다. 도무지 집에만 있으면 일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던 학교에 가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해낼 수 있는 법이다.


아이들은 아마도 지금쯤 신나게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방학에 들어가기 전 셀 수도 없이 많은 주의를 주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고 해도, 내 지시대로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고는 더 이상 나의 소관일 수 없다. 가정과의 유기적인 연계 지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아이를 케어해 주지 않으면 방학이라는 시간만큼이나 아이들은 흐트러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출근한다. 마치 방학 중이지만 평소처럼 활동 패턴을 유지하면 나중에 본격적으로 개학을 해서도 꽤 유용한 것이다. 이제 열흘 정도 더 출근하는 날이 남았다. 다른 날도 오늘처럼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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