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당연히 지하철을 탔다. 버스를 탈 때보다 시간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고, 일단 버스보다 덜 혼잡해 지하철을 이용한다.
거기까진 좋은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다. 바로 '임산부 배려석'이다.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원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실제로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러면 이 자리엔 누가 앉을까?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가임기를 한참 지난 듯 보이는 여성들과 70세 전후의 남성들이 이용한다.
때마침 열차 내에서 이런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바로 옆과 맞은편 자리의 임산부 배려석도 나이 지긋한 남자 한 사람과 예순이 다 되어 보이는 여자 한 분이 앉아 있다.
물론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리를 비워 놓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열차 안에 임산부가 탑승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했을 때 자리를 비워 놓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셈이다.
어디에선가 정작 임산부 당사자들도 이 자리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배려의 차원에서 만든 자리가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애초의 좋은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처럼 빈자리네, 하며 무턱대고 앉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