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에 다녀왔다. 지난 여름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이곳으로 왔다. 아무래도 대구에선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부산인 탓도 컸으리라.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녀도 별다른 거부감도 없고, 갔던 장소에 또다시 방문하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원래는 세 곳을 방문할 작정이었다. 광안리, 해운대, 그리고 알라딘 중고서점 센텀점이었다. 그런데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검색해 보니 내가 찾는 중고책이 동대구역점에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센텀점을 들러야 할 이유는 없다. 광안리와 해운대를 둘러보고 다소 이른 시간인 3시 18분발 동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현재 운행하는 기차들 중 가장 느린 무궁화호를 타서 그런지 1시간 반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이 기차는 열차카페칸도 없었다. 어찌 되었거나 1시간 반만 버티면 된다. 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차가 혼잡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혼자 가야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겠다. 만약 가족과 함께 가면 부산에 가서 한 군데만 들렀다 오기 쉽지 않지만, 혼자 가면 한 군데가 아니라 역에서 역만 왔다 갔다 하더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꼭 뭘 보고 와야, 뭘 직접 체험해 보고 와야 여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른 바다를 봤다. 그것도 서로 다른 두 곳에서 봤다. 새해가 1주일이나 지났지만, 새해의 결심도 한 번 더 다졌다. 이렇게 기분 전환하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