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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13. 2024

파스쿠찌

048.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흐림


커피 전문 매장 파스쿠찌에 다녀왔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1주일에 두 번은 꼬박 갔던 곳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해 들어서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만에 파스쿠찌에 갔다. 사실 갈 생각이 없었는데, 노트북을 챙겨서 집을 나서자마자 눈에 띈 곳이 파스쿠찌였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는 법 없다더니 졸지에 난 참새와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 맞다. 달달한 바닐라 라떼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는 파스쿠찌에선 바닐라 라떼 한 잔이 6300원이나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6300원이 어디 돈이겠는가? 시쳇말로 점심값보다 커피값이 비싼 게 당연한 시대 아니던가? 그렇게도 아까운 돈을 난 편하게 생각하기로 하고 그동안 그곳을 드나들었다. 6300원에 2시간 반 정도의 자릿세를 지불한다고 말이다. 뭐, 잔잔한 음악을 듣고 달달한 커피도 마시면서 2시간 반 동안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그만한 돈을 지불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랬던 내가 어쩌면 처음으로 그 돈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참았다. 사람이란 게 참 무섭다. 아니 사람의 행동이란 게 그렇다는 말이다. 별생각 없이 한두 번 한 일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만다. 물론 그 습관이 되는 데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을 때 그 정도는 심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오늘은 미친 척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늘 마시던 바닐라 라떼까지는 사실 괜찮았다. 감가상각으로 따져도 2시간 반 정도에 6300원이면 10분당 400원, 자릿세치고는 비교적 저렴했다. 문제는 화장실을 잠시 다녀온 뒤였다. 메뉴 진열장 안에 놓여 있던 조각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치즈케이크였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유독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하나 주세요."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화근이었다.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양새 빠지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은 내가 그것 하나 못 먹을 게 뭐야, 하는 시건방진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먹어본 느낌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역시 달달하고 느끼하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이걸 먹으려고 자릿세를 한 번 더 지불한 게 너무 후회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런 것도 충동적인 소비에 해당하지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당분간 혼자 가는 파스쿠찌는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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