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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4일 일요일, 흐림
오늘은 아침 일찍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 왔다. 개장은 아침 9시, 언제 가든 자리는 있는 편이지만, 노트북 작업이 가능한 콘센트가 장착된 자리에 앉으려면 가능한 한 일찍 가는 것이 좋다. 몇 달 전엔가 아무 생각 없이 11시에 갔던 적이 있었다. 문을 연 지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였는데, 일요일에 도서관에 사람이 와 봤자 얼마나 오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불찰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트북 좌석은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아침에 일어나서 곧장 도서관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하다못해 10시 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짐작이 되면 아예 집에서 나서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일요일에 비해 다소 일찍 일어났다. 간밤에 잠을 그렇게 많이 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운 좋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고 만 것이다.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배는 고팠지만 아침을 챙겨 먹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노트북 좌석은 또 만석이 되어 버릴 것이다. 정 안 되면 와서 브런치로 끼니를 때울 생각을 하고 무턱대고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9시 10분, 다행스럽게도 노트북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고 내가 원하던 최고의 명당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올 때부터 오늘은 몇 편의 글을 쓰겠다는 따위의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다만 앉아서 내키는 대로 쓸 생각이었다. 그나마 글이 잘 풀린다면 네댓 편을 쓸 수 있을 것이고, 뭘 쓸까 하고 내내 고민만 하다 간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지 싶었다. 뭐, 그런 과정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은 한 편의 글이 될 테니까 말이다.
슬슬 몸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아침 9시부터 앉아 있었으니 대략 다섯 시간 반 정도 앉아 있었다. 아, 점심 먹은 시간은 제외해야 하니 그러면 다섯 시간쯤 되겠다. 다섯 시간 동안 여섯 편의 글을 썼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일기글까지 합하면 모두 일곱 편이 되겠다. 뭐, 이 정도면 나쁜 성적이 아니다. 나름 만족하고 돌아가도 될 것 같다. 가는 길에 알라딘 중앙로점에나 들러 책 구경이라도 좀 하고 가야겠다. 일곱 편의 글을 쓰느라 바쁘게 손가락을 놀리고 머리를 쓴 내게 수고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