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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2. 2024

감감무소식

이백 마흔여섯 번째 글: 무소식이 희소식.

1월 3일에 온 가족이 논산 연무대를 다녀왔습니다. 퇴소식이 있었거든요. 5주 반의 신병 훈련을 마친 아들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단 한 번도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었던 탓에 반가움이나 기쁨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카투사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카츄사라고 많이 지칭하는 카투사(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 KATUSA)는 주한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을 뜻합니다.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아들이 한동안 고심한 후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선발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몇 가지 사항은 이번  퇴소식에 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1. 평택에 있는 험프리스 기지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한다.
2. 험프리스 기지는 미군의 최대 해외 기지이다.
3. 험프리스 기지는 대한민국 평택시에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령이라고 한다.(이건 일명 카더라 통신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4. 험프리스는 기지에서 실시하는 3주 간의 자체 신병 교육 후 갖는 별도의 수료식에 신병 가족을 초대하지 않는다.


1번부터 3번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4번에서 저희 가족은 다소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체 체력장은 잘 통과했는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평택에선 신병들에게 휴대폰을 아예 안 준다고 하더군요. 3주 동안 전화 한 번 안 왔으니 걱정이 되는 건 부모로서 당연한 것이니까요. 원래 소식이 없다는 건 별일이 없다는 좋은 징조라는 걸 잘 알고 있어도 부모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고 전제하면 이제 남은 건 자대 배치겠습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뜻한 대로 다 될 리는 없겠습니다만, 저나 아내는 평택에 배치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왕 그렇게 갔으니 조금 더 큰 물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대구에 배치받았으면 하더군요.


모레 수요일 10시에 인터넷으로 퇴소식을 생중계한다고 하니 그때 운 좋으면 화면으로라도 아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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