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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요란스러운 사건도 없는 사이에
지난 토요일 월간 북토크의 후기가 올라왔다.
귀한 것은 잘 모셔 두어야 한다.
희수공원 작가님의 <길어 올리다>라는 제목이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우리는 서로를 길어 올리고 있었다
월간 북토크 1월호의 핵심 분위기는 이 한 문장으로 끝장난 것이다.
참석자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을 머물면서 가장 완벽하게 분위기를 장악한 작가의 통찰에 놀랍다.
또한, 제1장 소년, 노인을 만나다를 단어로 해체한 작업은 그 어떤 설치미술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프라모델 장난감을 조립하기 직전의 형태를 닮았다.
어쩌면 북토크는 단어가 문장이 되기 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약속된 시간보다 1시간이나 훌쩍 넘겨버리면서도 우리의 해체식은 끝나지 않았다.
너무 견고해서도 아니고 너무 촘촘해서도 아니었다.
서로에게 이해를 구하고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다 보니 무자비한 철거가 어려웠다.
문학은 건축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잠시 생각했다.
이야기의 구조를 떠받치기 위해 문장이 벽돌 쌓듯 성실하게 이어져야 할 테니.
거대하다고 좋은 건축물이 아니듯 책도 그럴 것이고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건축물이 쉬 무너지듯 책도 그럴 것이다.
월간 북토크 2월호에는 어떤 의식이 행해질까.
이미 구상해 놓은 계획이 있으나 이 또한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좋을 일이다.
책은 독자가 제멋대로 노니는 놀이터이자 공원이어야 하는 것은 변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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