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연락
이백 마흔여덟 번째 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오늘 10시에 페이스북에서 아들놈의 수료식(퇴소식) 실황을 봤습니다. 직접 얼굴을 못 본 건 아쉽지만, 사병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훈련을 수료한 신병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비취주더군요.
170여 명의 신병들 중에 우리 아들은 어디 있지, 하며 아내와 제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았습니다. 역시나 논산 연무대에서처럼 이번에도 아들의 얼굴을 저보다는 아내가 먼저 발견했습니다. 부성이 모성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두 번이나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논산에선 30분 동안 퇴소식을 진행했는데, 평택 험프리스에선 17분 정도 만에 식이 끝났습니다. 이게 다야, 하며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스팸 전화라고 안 받던 아내가 냉큼 전화를 받았습니다. 역시 부모의 촉이 무섭더군요.
아직 개인 폰을 지급하지 않아 선임의 전화로 건 것이라 길게 통화할 순 없었지만, 근황에 대해선 궁금증을 해소했습니다.
저희 아들은 평택 험프리스에 배속되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험프리스 내 주한미군사령부 소속의 일을 맡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보직 여부는 적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일컬어 경상도 사투리로 '주디가 보살'이라고 표현합니다. 괜한 입방정으로 아들의 앞길에 장애물이 되어선 안 될 테니까요.
주한미군사령부라... 일단은 무게감도 있는 데다 알음알음으로 알아보니 꽤 괜찮은 자리였습니다. 속칭 유학파도 즐비하고 거의 대부분이 SKY 출신인데, 지방의 일개 이름 없는 학교를 다니다 간 아들 녀석이 주눅이나 들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그 많은 걱정이 기우라는 듯 모든 게 잘 풀린 것 같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당연히 아들 녀석의 얼굴도 보고 싶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1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많이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