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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5. 2024

나 잘난 맛에 글쓰기

나도 책이나 한 권 출간해 봐야겠다.


처음에 여기 올 때만 해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글을 쓰고 있으니 그만한 욕심 하나 없다면 이상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바람이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이 공간에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니, 제가 비빌 만한 구석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다부진 목표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정말이지 이젠 이렇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복인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처럼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이나 쓰면서 기껏 해야 컴퓨터 D드라이브에 저장해 놓고 날아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니 이 역시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 우연찮은 계기로 도전해서 오게 된 곳이긴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 도전을 잘했다 싶습니다. 과연 어딜 가서 이만한 글쓰기 플랫폼을 얻을 수 있을까요?


여기 온 지 대략 7개월 반이 지났습니다. 800여 편이 넘는 글을 썼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 단 한 번도 다음과 관련하여 언급이 된 적이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브런치스토리에 제 글이나 필명이 노출된 적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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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제 글이 시원찮다는 걸 뜻하는 것이겠습니다. 읽을 만한 거리도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과연 글이 그렇게 읽을 구석이 없나, 하고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놓고 제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저에겐 조금도 기분이 나쁜 일이 된다거나 상처가 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바로 뻔뻔해져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뻔뻔하지 않으면, 뻔뻔한 태도를 기르지 않으면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전 믿습니다.


이런 가시적인 결과만 본다면 사실 같은 사람은 글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실컷 써서 저만 읽을 것이라면 굳이 이런 플랫폼에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잘난(?) 맛에 글을 씁니다. 글에 대해서 순위를 매긴다는 게 어차피 큰 의미가 없을 테지만, 좋은 글 혹은 잘 읽히는 글만 써야 한다면 지구상에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잠시 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러 작가님들께서는 각자가 좋아하는 기성 작가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글을 정말 잘 쓴다며 특정 작가를 좋아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똑같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그녀)를 싫어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엄청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 판매가 들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작가들 중 2명이 바로 이들입니다. 이런 경우에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의 관점이 틀렸느냐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있는 작가는 없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 같은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일 테니까요. 아무도 없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하다못해 누구보다도 제 글을 아끼고 사랑해 마지않는 제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시쳇말로 폐기 처분해도 마땅할 만한 산더미 같은 글들 위에 제 글을 하나 더 얹어 놓는 한이 있더라도, 전 제가 생각한 것은 반드시 글로 씁니다.


전 믿습니다. 저보다 잘 쓴 글이 넘쳐날 정도로 많아도,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또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살포시 얹어 놓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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