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제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낮동안 이런 일 저런 일에 떠밀리다시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낼 때는 막상 글을 쓰려해도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곳이 방 안이든 대중교통 이용 중이든 심지어 화장실 안이든 제 자신과 똑바로 마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가 되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살면서,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과연 우리가 언제 그처럼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주변엔 아무도 없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도 각자 자기가 원하는 일에 빠져 있어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멀티 태스킹, 다른 건 몰라도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글쓰기를 병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글을 쓰려고 마음먹을 때에는 모든 것을 멈춰야 합니다. 하던 일도 멈춰야 하고, 어쩌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뒤로 미뤄놔야 합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실내에 자욱한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는 글만 써야 합니다.
전 가끔 적적한 실내가 싫어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배경 음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멜로디나 템포가 너무 요란하거나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은 곤란합니다. 그러다 머리가 충분히 예열되어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 때면 미련 없이 음악을 멈추곤 합니다. 물론 조금만 과장을 보태면 글쓰기에 함몰되어 있다 보면 음악을 틀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이 끝났네, 하며 다른 재생 목록을 뒤적이고 있다면 그날의 글쓰기는 물 건너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글쓰기는 그렇게 해야 쓸 수 있습니다.
밖에서 어린아이가 울고 있거나 혹은 같이 놀아달라고 조른다거나 또는 설거지해라, 빨래 개라, 쓰레기 묶어내라는 등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쓰던 글이라도 일단은 멈추는 게 좋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글을 써봤자 좋은 글이 나올 리는 없습니다. 10분을 쓰든 1시간을 쓰든, 글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는 잠시도 손가락을 멈추지 말고 집중해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우리들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끊김이 없는 시간이 허락될 때 글을 써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시간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이런 틈을 만들려 노력합니다. 평소 자기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나 그 시간에 글을 쓰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을 이용해 글을 쓰기도 합니다. 뭐, 어떤 방법이든 글만 쓸 수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을 겁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한 편의 글로 풀어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깊은 대화와 맞대면을 통해, 마음속 깊이 들어있는 생각들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