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잊을 만하면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심히 글을 쓰다가도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봅니다.
시선은 자동문을 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 문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서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난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확실히 온다는 보장도 없지만,
문이 열릴 때면 당신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집니다.
그런 기대가 나에게 설렘이 가득한 하루를 안겨줍니다.
설령 바라는 대로 당신이 오지 않는다 해도
이 시간의 이 느낌은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언덕 너머에서 언덕 위에 올라설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는지요?
언덕 너머에서 그 반대편 너머는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종종 누군가의 머리가 보이고 몇 초 후
그 사람이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걸 알게 되면
실망감은 들기 마련이겠습니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언덕 위를 향하는 내 시선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충족되지 않는 그 기대감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 자동문이 열립니다.
늘 그랬듯 나는
고개를 들어 기어이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곤 합니다.
아직까지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백 번 얼굴을 들어 당신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면
백 한 번 되풀이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그 단 한 번이 내게 기쁨을 줄 테니까요.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에 후회는 없습니다.
당신을 못 보고 오늘 또 그렇게 돌아간다고 해도
내게는 내일이라는 시간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