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일 목요일, 흐림
그냥 오늘은 뭘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날이다. 아침에 어쩌면 다소 무의미하게 보낸 것 같은 1월을 되돌아보며 오늘부터 시작된 2월은 잘 보내보자며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다. 딱히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그럴 뿐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뭔가 아닌 날에는 굳이 발버둥을 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가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그럴싸한 변명을 해보자면 내게 주는 휴식이라고나 할까? 조바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바늘허리에 실 매어 못 쓰는 법, 뭔가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애를 써본들 의욕만 더 시들해지기 십상이다. 그냥 이럴 때는 쉬어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 휴식이 장시간 이어지면 곤란하겠지만, 그래 봤자 내게는 기껏 해야 서너 시간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문득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이 있다. 일전에 영화를 먼저 본 기억이 있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이라는 소설이다. 간단한 줄거리, 치매에 걸린 한 중년 남성 직장인이 아내의 헌신적은 사랑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아직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해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그런지 꽤 관심 깊게 본 영화였다. 물론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던 영화였다. 그런 영화의 원작 소설이니 영화를 봤던 그 감흥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한 발견인 것 같다. 뭘 하고 싶을 때에는 글을 쓰면 된다. 반면에 뭔가를 딱히 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책을 읽으면 된다. 영화만큼 좋은 감흥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