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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5. 2024

야속한 시간

이백 쉰일곱 번째 글: 시간 참 빨리 갑니다.

불과 사십 여일 전 겨울방학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오늘 개학을 맞이했습니다. 분명한 건 사십 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 굳이 '불과'라는 표현까지 써야 했습니다. 그만큼 그 긴 시간마저도 제게는 짧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일까요? 그동안 과연 뭘 하며 지냈기에 이 긴 시간이 총알같이 지나가는 것도 몰랐을까요?


요 며칠 전부터 저희 반 아이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심경의 변화 등을 가장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이기 때문에 수시로 살펴보곤 합니다. 죄다 학교 가기 싫다느니, 벌써 개학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따위의 내용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물론 잔뜩 울상을 짓고 있는 이모티콘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담임인 제가 누누이 입버릇처럼 당부했었습니다. 시간은 금방 가니 후회 없이 방학을 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긴 아이들이 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지냈다면 과연 그게 아이들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 부분은 어른인 저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니까요.


사실 살면서 시간이 참 야속하다는 걸 느낀 게 이번뿐만은 아닙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그렇게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도 돌이켜 보면 죄다 한 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며칠 간의 연휴 때도 그랬고, 한 달 남짓 되던 여름 및 겨울방학 때도 그랬습니다. 심지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도 힘겨웠던 2년 간의 군복무 시절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끝이 나고 말았을 정도입니다.


이 아침에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시간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고등학교 은사님이 하셨던 말씀처럼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진리임을 느낍니다.


과연 언제쯤이면 흘러가 버린 시간에 더는 연연해 하지 않고 웃으며 돌아볼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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