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절망이 참된 희망이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by 박노해 (걷는 독서, 2021)
절망이 희망이며 끝이 시작이라고 한다. 말장난 같은 이 진리를 받아들여야 사는 거라는 거 이제는 안다.
정직한 절망,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며 인정한다. 밑바닥에 눈물을 뚝뚝 떨구며 그래 맞아 하기까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해도 쉽지 않다. 아마 가장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정직한 절망은 모순이 아니라 살아가는 진리다.
아름다운 글에 아름다운 절망과 추락, 그리고 다시 빛을 향해 위를 본다. 그렇게 일어나 최선을 다하여 닿을 수 있는 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길이다. 그 한계를 지나 다다른 최선의 종점이 다시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이 되는 것이다.
모순의 말을 조합하는 건 그 이상 표현할 길이 없어서일 것이다. 영어의 '모순의 말 조합'이라는 표현은 oxymoron이다. '예리한 어리석음'이라는 뜻으로 라틴어 어원을 갖는다. 최고의 희열 안에서 스스로를 깨닫는 눈물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어떤 상황이 주는 상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음악을 듣다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눈을 감아야 할 때, 어떤 글을 읽다가 갑자기 그 글이 내가 살아서 읽는 마지막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터무니없는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때 나는, 나의 가장 예리한 지성과 감성의 상태로 나의 생명마저 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심장과 머리를 동시에 찢는 침묵의 소리로 조용한 폭동을 일으키며 내 생명을 내놓으라 재촉하는찬란한 슬픔의 장송곡이다. 지금 내 생애 마지막 장의 '사라지는 연기'를 하는 중이다.
아무리 모순을 결합해도 그 글을 읽은 희열의 극을 표현해 낼 길이 없다. 답답하다. 그래서 다시 산다.
#라라크루7 (1-1) #라라라라이팅 - 글은 헤어나올 수 없는 치명적 희열이 될 수 있다